제 7권 1호 2013-봄 왕대일 / “하늘을 다스리는 질서가 무엇인지 아느냐?”(욥 38:33a)...pp. 103-129
이 글은 욥기 38-41장에 수록된 창조 신앙의 신학적 진실이 창세기 1장의 창조 신앙과 어떻게 구별되는지를 살피는 데 목적이 있다. 창조 신앙의 전승사를 간본문적으로 추적할 때 욥기 38-41장에 담긴 지혜 전승에는 하나님의 창조 세계에서 사람이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에 대한 지혜자의 반성이 담겨 있다. 그 반성을 담은 텍스트가 욥기 38-41장이다.
“폭풍 속에 관람하는 창조 세계”를 보여주는 욥기 38-41장은 하나님의 창조 세계에서 사람이 얼마나 “보잘 것 없는 존재”인지를 여실히 증언한다. 욥기의 지혜자는 자기 증언의 타당성을 입증하기 위해서 온 우주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그 속에 거주하는 생명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카탈로그 형식으로 제시한다. 욥기 38-41장이 펼치는 하나님의 연설 속에서 사람은 간헐적으로만 언급되고, 때로는 짐승에게 조롱받는 대상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이에 비해 욥의 눈앞에 펼쳐지는 야생 동물들의 퍼레이드는 욥이 고통당하는 와중에도 세상은 질서정연하게 움직이고 있었음을 드러낸다. 창조주 하나님이 세상을 지으시고, 이끄시고, 그 뜻대로 다스리고 계셨음을 드러낸다. 하나님은 온 땅의 야생짐승들을 각각에게 주신 성품대로 존재하도록 이끌고 계신다는 것이다. 이 창조 세계에서 사람이 할 수 있는 역할이란 아무 것도 없다.
이 증언 속에서 혼돈을 자아내는 괴물로 간주되었던 레비아단이 하나님이 지으신 피조물의 상징으로까지 부상하고 있다. 하나님은 레비아단을 온갖 뛰어난 피조물들의 왕이 되도록 먹이시고 기르신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욥기 38-41장이 증언하는 창조 신앙은 창세기 1장의 증언에 맞서 사람은 더는 창조 세계의 크라운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 땅에 거주하는 모든 피조물은 오로지 하나님의 은총 덕에 생존한다. 욥기 38-41장에 계시된 하나님의 연설은 사람은 “조지어천”(照之於天)의 지혜로 살아야 한다는 도덕경의 지혜와도 좋은 해석학적 대화를 이룬다. 그 깨달음에서 성서적 생태영성의 신학적 기초가 비로소 수립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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