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권 1호 2019 봄 하경택 / <슈부> vs <슈바> -시편 90편의 주석과 이해-...pp. 141-174
시편 90편은 ‘하나님에 대한 고백에 기초한 탄식과 청원으로 이루어진 기도시’라고 요약할 수 있다. 하나님이 “대대로 우리에게 거처가 되셨다”는 것과 “영원부터 영원까지 하나님이시다”는 고백이 시인의 탄식과 청원에 대한 출발점을 제공한다. 시인의 탄식은 두 가지 차원으로 나타난다. 그는 ‘잠’이나 ‘풀’과 같이 사라지는 ‘인간’에 대한 탄식(3-6절)과 하나님의 진노 때문에 사라지는 ‘우리’에 대한 탄식(7-10절)을 이어간다. 이 두 가지 탄식은 서술의 차원을 넘어 질문과 항변의 의미를 지닌다. 이러한 분위기는 첫 번째 청원에서 좀 더 명시적으로 드러난다(11-12절). 시인은 ‘우리의 날들을 세는 것’을 알게 하고 ‘지혜의 마음’을 얻게 해달라고 청원한다. 하지만 이것은 하나님의 진노 안에 있는 자신의 날들이 얼마나 될지를 아는 지혜를 달라는 시인의 요구이며, 하나님의 창조와 역사에 담긴 하나님의 뜻을 알게 해달라는 시인의 요청이다. 이러한 시인의 요구와 요청은 13절의 청원을 통해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그것은 하나님의 ‘돌이키심’이다. 종들에 대한 ‘진노’와 그들에 대한 ‘나쁜 것’에서 돌이키시는 것이다. 이러한 돌이킴을 통해서 생겨날 일들이 이어지는 청원에서 묘사된다(14-16절). 마지막 청원(17절)에서 시인은 자신들이 한 일이 굳게 세워지기를 간구한다. 시편 90편이 지향하고 있는 바는 무엇인가? 그것은 ‘하나님의 돌이키심을 통한 기쁨의 날들의 회복’이다. 이러한 시인의 청원에는 회개가 명시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그는 하나님의 영원성과 인간의 무상성의 대조를 바탕으로 온전히 하나님의 인자하심에 호소한다. 시인은 하나님의 <슈부> 명령에 <슈바>로 맞서고 있다. 이러한 시인의 탄식과 기도는 하나님의 사람이요 하나님의 종된 자가 누리는 특권이요, 하나님의 자녀가 가져야 할 하나님과의 관계성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