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권 1호 2017 봄 유선명 / 지혜자의 자기성찰-잠언 30장 숫자잠언의 수사학-...pp. 89-111
잠언 30:15-33은 문학적으로 매우 특별한 선집들 사이에 끼인 어정쩡한 격언 모음으로 간주되곤 한다. 아굴의 어록(30:1-9), 르무엘 모친의 가르침(31:1-9), 그리고 정교한 알파벳 시로 구성된 현숙한 여인 찬가(31:10-31)에 비교할 때 이 단락을 숫자잠언의 형태적 공통성 외에는 일관성이 결여된 (머피의 평가) “사소한 어록집”(팍스)으로 부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잠언 30:21-23의 해석맥락을 “천지개벽”이라 불리는 급작스런 사회격변에서 찾은 밴레이븐의 해석은 나름의 타당성이 있지만 매우 제한된 범위에서만 분석이 시도되었다.
본고는 잠언 30장의 숫자잠언 전체가 알려진 것보다 더 분명한 문학적 통일성을 지니고 있으며, 사회격변 상황의 반영물로 해석가능하다고 논증한다. 통상적으로 질서와 조화를 암시하는 숫자잠언이 이 장에서는 자신들의 세계관이 도전과 조롱의 대상이 되는 현실을 대면한 지혜자들의 불편함을 드러내는 도구로 사용되는데, 가족의 충성(15-17절), 성도덕(18-20절), 사회계층(21-23절), 공적 영역의 봉사(24-28절), 그리고 왕정의 견실함(29-31절) 등 영역에서 전통적인 지혜의 가르침이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비록 전도서에서 보이는 환멸감까지 가지는 않아도 잠언 30장은 잠언 전체를 지배하는 도덕적 낙관주의의 좌절 즉 사람이 지혜에 의해 의롭고 슬기로운 인격체로 빚어진다는 신념에 제동을 거는 지혜자들의 자기성찰을 담고 있다. 이 잠언들에서 감지되는 괴리감과 약간의 냉소는 이 본문 주위에 보이는 아굴의 경건, 르무엘 왕 모친의 전통적 엘리트 성향, 그리고 현숙한 여인 찬가에 드러난 고요함과 대조를 이룬다. 잠언 형성의 마지막 단계에 속한 이 수집물은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신념체계가 흔들리는 상황을 그대로 직시하며 지혜의 행보를 유지할 수 있는지를 보여줌으로써 잠언 전체의 가르침에 깊이를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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