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권 1호 2012-봄 선우 천 / '직설법과 명령법'을 넘어 바울 윤리를 새롭게 보기...pp. 193-218
전통적으로 바울 윤리는 ‘직설법과 명령법’의 틀 안에서 이해되어 왔다. 즉, 소위 ‘명령법’에서 도덕적 진술들을 수집하고, 소위 ‘직설법’을 통하여 그 도덕적 진술들을 규정하는 것은 오래된 학문적 전통이다. 이는 바울이 ‘직설법’에서는 신학과 인간 존재에 대해, 이와 반대로 ‘명령법’에서는 윤리와 인간의 행위 명령에 대해 진술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언어 행위 분석에 따르면 도덕적 진술은 단지 문법적으로 명령법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직설법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직설법은 단순히 객관적이고 이론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진술로 사용될 뿐 아니라, 때로는 어떤 특정한 행위와 관련된 수행법적 진술로도 사용될 수 있다.
갈라디아서의 예에서 바울은 직설법적 진술을 통해 수신자들에게 특정 행위를 받아들이고(예,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바울 복음 수용) 이와 다른 행위를 거부하라고(할례, 율법 준수, 대적자의 복음) 호소한다. 도덕 철학적 관점에서 본다면, 이러한 바울의 호소는 윤리적 진술이라고 인정될 수 있다. ‘도덕, 윤리란 하나의 행위 공동체 안에서 명령(Gebot)이나 금령 형태를 띠는 관습화된 행위 명령’이라는 도덕 철학의 정의를 따를 때, 소위 ‘직설법’의 주제들(예, 믿음, 할례, 율법 등)도 윤리의 주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금까지 바울 윤리를 바라보던 ‘직설법과 명령법’의 모델로는 바울 윤리를 바르게 이해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른다. 왜냐하면 전통적 관점은 바울 윤리의 도덕적 진술과 도덕적 주제의 범위를 양적으로 축소시키기 때문이다(갈라디아서의 경우 5-6장). 그러므로 바울 윤리를 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바울의 윤리 진술을 소위 ‘명령법’(갈라디아서의 경우 5-6장)뿐 아니라 소위 ‘직설법’(갈라디아서의 경우 1-4장)에서도 발견하여, 이 도덕적 진술들이 지금까지 유일무이한 규범인 구원의 직설법이 아니라, 실제로 어떤 규범들에 의해 규정되는지, 또 이때 어떤 윤리적 논거가 사용되는지 물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