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 케렘의 마리아 방문 교회: 여성들이 주인공인 교회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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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Date 24-08-30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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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 케렘의 마리아 방문 교회: 여성들이 주인공인 교회당
아기 예수를 잉태한 마리아가 세례 요한을 찾아온 것을 기념하는 “마리아 방문 교회”는 여성들이 주인공인 교회당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 교회당은 전체적으로 색채가 유난히 깊고 아름답다. 교회당 앞 마당으로 들어가면 마리아와 엘리사벳이 만난 장면을 담은 조각 상이 있다. 엘리사벳은 마리아보다 나이가 더 들어보이고 배는 더 불러 보인다. 잉태한 여인들이 경건하고 아름답고 당당함을 표현하고 있다.
마리아는 왜 멀고먼 나사렛에서 이곳까지 찾아 왔을까? 마리아는 수태 고지를 듣고 “놀랐고 또한 무서워했다”(눅 1:29, 30). 마리아는 자신이 메시아를 잉태할 것이라는 말씀을 듣고 처음에는 “거부하였다”(34절). 천사가 마리아의 친척 엘리사벳도 “임신할 수 없는 여인이 임신한지 벌써 여섯 달이 되었다”는 말씀을 해주었을 때(36절), “주의 여종이오니 말씀대로 내게 이루어지이다”(38절)고 고백하며 주님의 뜻을 수용하였다. 그렇지만 일상으로 다시 돌아와 온갖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게 되었을 때 더 깊은 확신이 필요했을 것이다.
마리아와 엘리사벳이 서로 만나 손을 잡았을 때 어떤 느낌이었을까? 우애 깊은 두 사촌이 만나 둘 다 믿을 수 없는 기적을 경험하면서 두려움과 신비감에 휩싸여 손을 잡았을 때 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엘리사벳은 마리아에게 “보라 네 문안하는 소리가 내 귀에 들릴 때에 아이가 내 복중에서 기쁨으로 뛰놀았도다”고 말한다(44절). 손과 입술과 가슴과 몸이 떨려도 잊을 수 없는 일인데 내 생명의 분신이 내 모태에서 뛰논다면 이것보다 더 확실한 체험은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모태에서 이루어지는 진동보다 더 확실한 증거가 어디에 있을까? 바로 이 장면을 포착하고 형상화한 예술가의 안목이 놀랍다. 
몸을 돌려 교회당을 정면으로 바라보면, 교회당 안으로 들어가는 문 위의 벽에 마리아가 멀고먼 나사렛에서 이곳까지 나귀 타고 찾아온 그림이 있다. 구비구비 언덕들을 너머 유다의 도시로 들어오는 그의 발걸음이 가벼워 보인다. 1층 교회당 안으로 들어가면 중앙에 십자가에 달린 예수 상이 있고 왼쪽에는 세례 요한의 아버지 사가랴, 오른 쪽에는 어머니 엘리사벳의 그림이 있다. 둘 다 나이 많은 어른이다. 그런데 그들 주위에 봄 꽃이 화사하게 피었고 새들이 노래한다. 오른 쪽 코너에는 오래 된 샘이 있다.

“엔” 케렘이니 “샘”이 있었다. 2층으로 올라가면 바닥 타일에 온갖 새들, 짐승들, 나무들, 나뭇 잎들이 그려져 있다. 이 교회는 창조의 모든 세계를 긍정한다. 벽에는 특히 여인들의 그림들이 많이 있다. 후면 벽 중앙에는 태양을 타고 있는 여인이 아기를 안고 하늘을 나르는 강렬한 그림 한 폭이 벽 전체를 차지하고 있다.
교회당의 1층과 2층은 바깥 계단으로 이어진다. 계단을 따라 정원이 잘 가꾸어져 있다. 엔 “케렘”이니 오래된 “포도나무” 밭이 있다. 수도원의 공간을 이렇게 아름답게 가꿀 수 있을까.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이렇게도 아름다운 곳인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이렇게 아름답게 가꿀 수 있는 곳인가.

2017년 12월 16일 예루살렘에서 輕舟 김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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