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볼 산의 이야기와 노래: 역사를 만드는 작은 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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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Date 24-08-30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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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볼 산의 이야기와 노래: 역사를 만드는 작은 손들
솔로몬이 술람미 여인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그대의 늘씬한 몸매는 종려나무 같고, 그대의 젖가슴은 그 열매 송이 같구나”라고 노래하는 것처럼(아 7:7, 표준역), 다볼 산은 완전한 젖가슴의 모습을 갖고 있다. 히브리어로 “다볼”(tabor)은 “우뚝 솟았다”는 어근을 갖고 있다(BDB). 높은 것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넓은 이스르엘 평원에 다볼 산은 부드러운 곡선으로 우뚝 홀로 서 있어서 그 아름다움과 위엄에 우리는 놀라게 된다. 주 하나님께서도 다볼 산을 “산들 중의 으뜸”으로 치셨다(렘 46:18). 시편의 시인도 다볼 산을 헤르몬 산과 동등한 영광의 자리에 두고 “다볼과 헤르몬이 주님의 이름을 찬양한다”고 노래한다(시 89:12). 다볼 산에 구름이 덮일 때 우리는 신비감을 느낀다. 교회의 전통에서 다볼 산을 예수님의 변화산으로 꼽는 것은 자연스럽기도 하다(마 17:1-8). 오늘은 다볼 산 아래에서 잠자면서 밤 새도록 “나도 좀 변화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소원을 가져본다.

이렇게 아름다운 다볼 산이지만 정작 구약성경의 역사에서는 숨막히는 전쟁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다볼 산에서 연약한 이스라엘의 지파들은 힘을 합하여 당대의 최강적을 물리치고 오랜 역사의 숙제를 풀어낸다. 그들은 드디어 “가나안 왕 야빈”을 물리친다(삿 4:2, 23, 24, 주전 12-11세기). 이 때 여선지자로서 사사였던 드보라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드보라와 바락의 승리는 이야기(4장)와 시(5장)로 기록되었다.
다볼 산 전투의 이야기에는 수많은 영웅들과 지명들이 나온다(4장). 적군의 수장인 야빈은 “하솔의 왕”이다(2절). 하솔은 갈릴리 호수에서 먼 북쪽에 있는 성이다. 그의 군사령관은 “하로셋 학고임에 거주하는 시스라”이다. 이 장에서 “하로셋학고임”은 세 번이나 나온다(2, 13, 16절). 5장의 시에서 “가나안 왕들이 므깃도 물가 다아낙에서 싸웠다”는 기록을 보면(19절), “하로셋학고임”은 “므깃도 물가의 다아낙”에 대한 “시적인 동의어”(poetic synonym)로 볼 수 있을 것이다(Rainey, Sacred Bridge, 138). 시스라의 전차 부대는 다볼 산에 가까운 다아낙에서 공격 대형을 이루고 결집하고 있다. 가나안의 왕들과 싸우기로 결심한 드보라는 “에브라임 산지 라마와 벧엘 사이에 살고 있다”(5절). 드보라는 전쟁터에서 멀리 떨어져 살고 있었다. 드보라는 사람을 보내어 바락 장군을 “납달리 게데스”에서 부른다(6절). 그리고 모든 군대를 “다볼 산”으로 소집한다(6절). 그리고 시스라의 군대는 “기손 강”에서 패배할 것이라는 예언의 말씀을 준다(7절).
그런데 그 때 모세의 장인의 후손인 “겐 사람 헤벨”은 그의 아내 야엘과 함께 “게데스에 가까운 사아난님 상수리나무 곁에 장막을 치고 살았다”(11절). 전쟁 이야기하고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듯한 모세 장인의 후손 이야기는 멋진 복선을 만들고 최고의 아이러니를 만든다. 천하를 호령하던 시스라 장군이 “여자의 손에 들린 장막 말뚝으로” 치욕적인 죽임을 당한다(21절). 내레이터는 전쟁이 일어난 므깃도와 다볼 산 사이의 지리를 훤히 꿰고 있다. 그리고 지리에 공을 많이 들이고 있다. 이 전쟁에서 스불론, 납달리, 잇사갈 지파가 가장 용감하게 싸웠다. 이곳은 바로 그들의 땅이기 때문이다. 다볼 산은 옛적에 여호수아가 지파들의 경계를 나누어 줄 때 스불론, 납달리, 잇사갈 지파의 경계를 이루었다(수 19:21, 참조 BDB).
드보라의 노래(5장)는 구약성경에서 가장 오래된 단어들, 고대의 시행 형식, 생생한 문체와 함께 거대한 스케일로 길고도 장엄하고 정교하게 다듬어져 있다. 마치 우리의 시조(時調)와 가사(歌辭)를 고대의 형식 그대로 읊조리는 느낌이다. 이 시에는 세상의 왕들과 통치자들이 등장한다(3절). 주님은 다시 시내 산에서 구름 기둥과 함께 올라오신다(4절). 그 때 온 세상이 진동한다(5절). 이스라엘은 피폐해졌다(6절). 드보라는 고생하는 자식을 위하여 분연히 일어나는 어머니가 되었다(7절). 드보라는 북이스라엘의 지파들을 모두 불렀다. 그렇지만 르우벤, 길르앗, 단, 아셀 지파는 딴청을 부리고 있다(16하-17절). 스불론, 납달리, 잇사갈 지파만이 죽음을 무릅쓰고 싸웠다(15상, 18절).
그렇지만 정작 전쟁의 승패는 폭우가 쏟아져 결정되었다. 4장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맨주먹 밖에 없던 이스라엘이 어떻게 가나안 전차부대와 싸워 이길 수 있었는지 몹시 궁금해 하였다. 5장에서 시인은 마른 하늘에 갑자기 폭우가 쏟아져 시스라의 전차부대가 진흙탕에 빠져 못쓰게 되었음을 노래한다(21절). 폭우로 실개천 같은 기손 시내물이 큰 강이 되었다. 마치 출애굽을 할 때 추격하던 이집트의 전차 군단이 홍해에서 수장되는 모습을 다시 보는 것 같다(출 15:10). 그 때 “별들이 하늘에서 싸웠다”고 한다(20절). 오직 시(詩)로서만 표현할 수 있는 우주적 전쟁의 모습이다. 마치 묵시록에 나오는 전쟁 장면을 보는 것 같다. 땅에서는 말굽 소리가 지축을 뒤흔들고, 당황한 말들의 울음소리가 들린다(22절). 마치 삼국지의 적벽대전을 보는 것 같고, 빅토르 위고가 “레 미제러블”에서 묘사하는 워털루 전투를 보는 것 같다. 그렇지만 시인은 절정의 순간을 하나 더 남겨 두었다. 이 시에는 두 개의 절정이 있는 셈이다.
4장에서 시스라는 야엘의 한 방에 끝나고 전쟁도 끝났다(21절). 5장에서 시스라의 죽음은 슬로 모션으로 그려진다. 시스라는 그의 머리에 장막 말뚝이 꽂혔지만, 역시 용사답게 벌떡 일어난다. 꾸부러진다. 엎드러진다. 쓰러진다. 그는 꾸부러지고, 엎드러지고, 쓰러지기를 반복하다가 마침내 죽는다(27절). 시인은 절정의 순간을 단숨에 끝내지 않는다. 그는 긴 시간 동안 보고 있고 보게 한다. 시인은 결론을 서론에 두었다. 그는 세상의 왕들과 통치자들을 모두 불러 주님을 찬양하라고 한다(3절). 왜 그랬을까? 역사는 권세 있는 제왕들의 손에만 달려 있지 않다. 용기 있는 작은 손들이 새로운 역사를 만든다. 성경은 작은 손들이 이루어 가는 초월적인 구원의 역사를 증거하고 있다. 
2017년 12월 23일 다볼 산 아래에서 輕舟 김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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