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바임 골짜기를 걷다
페이지 정보

작성일Date 24-08-30 00:29
본문
르바임 골짜기를 걷다
언젠가는 르바임 골짜기를 걷고 싶었다. 엔 케렘과 그 근처의 야드 바셈과 히브리 대학교의 하다사 병원 쪽으로 갈 때마다 예루살렘 남쪽으로 깊고 넓게 펼쳐진 르바임 골짜기를 걸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난 주초에 오랫동안 기다리던 가을 비가 내려 골짜기의 모든 나무와 풀들이 한결 신선할 것 같아 다음 날 길을 나섰다. 한적한 골짜기를 따라 걸을 때 우거진 나무들 속으로 나 만의 고요한 시간을 가졌다. 한 시간 반 정도 걸었을 때 다시 가파른 언덕으로 올라가는 갈림 길에 섰는데, “소렉 골짜기”로 내려가는 표지판을 보고 삼손을 생각하며 반가워하였다(삿 16:4). 언덕 길을 따라 올라가면 오늘날 사타브(Satab)라는 동네가 나오는데 길목에 제법 큰 요새가 있어서 이곳이 지중해안에서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는 길목임을 느끼게 되었다.

르바임 골짜기는 여호수아서에서 베냐민 지파의 경계를 소개할 때 처음 등장한다. “힌놈의 골짜기 앞 서쪽에 있는 산 꼭대기로 올라가나니 이곳은 르바임 골짜기 북쪽 끝이라”(수 15:8). 르바임 골짜기는 또한 시편에 나오는 ‘바카 골짜기’일 수도 있다고 한다(시 84:6, 개역의 ‘눈물 골짜기’; Roy Turkington).
사무엘서 기자는 다윗이 이스라엘 남북을 통일하고 예루살렘에 도읍을 정하자마자(삼하 5:6-10), 블레셋 군대가 르바임 골짜기를 따라 예루살렘으로 쳐들어 왔다고 말한다(17-25절). 그 당시 블레셋 군대는 소렉 골짜기를 지배하고 있었으므로 르바임 골짜기를 따라 올라오는 데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그 당시 블레셋의 수비대는 베들레헴에 있었으므로(삼하 23:14), 헤브론 지역의 유다 군대가 다윗을 도우기 위하여 올라오지 못하도록 차단을 하였을 것이다(Rainy & Notley, The Sacred Bridge, 2014). 그 때 다윗은 고립된 가운데 “성”을 지키다가 “성으로 내려갔다”고 한다(삼하 5:17). 르바임 골짜기는 다윗 성보다 상당히 높은 곳에 있다. 따라서 다윗은 “블레셋을 치기 위하여 올라가야 합니까?”라고 하나님께 묻는다(19절). 주님은 그에게 승리의 말씀을 주셨다. 블레셋 군대는 패배하여 “둑이 터지듯이 흩어졌으므로”, 다윗은 그곳을 “바알 브라심”이라고 불렀다(20절). 역대기 기자는 다윗이 ‘바알’이라는 이름의 지명을 지었다는 것을 피하기 위하여 “그곳을 바알브라심이라고 부르게 되었다”로 애둘러 말한다(대상 14:11).
블레셋 군대가 다시 한번 더 르바임 골짜기를 따라 예루살렘으로 올라왔을 때, 다윗은 첫 번째처럼 정면 대결을 하지 않고, 뒤에서 숨어 있다가 기습하여 승리를 거둔다. “너는 정면으로 그들 쪽으로 올라가지 말고, 그들의 뒤로 돌아가서 숨어 있다가, 뽕나무 숲의 맞은쪽에서부터 그들을 기습하여 공격하여라”(표준, 삼하 5:23). 다윗의 군대는 이 때 “르바임 골짜기 서쪽 끝에(at the western end of the Valley) 매복하여 블레셋의 퇴각로를 차단하였다”(Rainy & Notley). 다윗은 승리의 여세를 몰아서 블레셋 군대를 “게바에서 게셀까지 쳤다”고 한다(삼하 5:25). 역대기 기자는 “게바”를 “기브온”으로 읽는다(대상 16:14). 그렇다면 다윗은 기브아, 브에롯, 기브온을 지나 벧호론 언덕의 아랫 길을 따라 게셀(Gezer)까지 추격하여 큰 승리를 거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윗은 중부 산악 지역에서 드디어 블레셋 군대를 완전히 내어 쫓았으므로 비로소 법궤를 기럇여아림에서 예루살렘으로 안전하게 모시고 올 수 있었다(삼하 6:1; 대상 13:15). 역사를 이렇게 읽으니 현장감이 살아난다. 법궤를 온전히 안치한 후 다윗은 블레셋이 진치고 있는 해변 지역으로 내려가 “가드와 주위의 마을들”을 정복하였다(대상 18:1, 이 본문은 삼하 8:1의 “메텍 암마”보다 더 명료하다). 그렇지만 여기의 “가드”는 블레셋의 중심 도시 국가인 “가드”(텔 짜피트)가 아니라 게제르 서북쪽에 있는 가드로 추정된다(Rainy & Notley). 이로써 이스라엘은 블레셋의 속박에서 완전히 벗어나며 이후로부터 블레셋은 다시는 이스라엘을 쳐들어 오지 않게 되었다. 다윗은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도우심으로 큰 승리를 두 번 연달아 얻었다. 이로써 다윗은 욥바 해변으로 가는 통로를 비로소 확보하고 백성들이 동서남북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들었다.

2017년 12월 3일 예루살렘에서 輕舟 김정우
- 이전글베들레헴의 성탄 길: 마음과 마음을 이어 보다. 24.08.30
- 다음글벧산(Beth-Shan): 6,000년의 유적을 간직한 텔 24.08.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