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잠잠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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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Date 24-08-30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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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나라가 잠잠해지다
오늘은 대속죄일 겸 안식일 전날이다. 저녁 6시부터 예루살렘의 모든 도로가 폐쇄된다. 작은 골목까지 차가 못다니게 막아 버린다. 저녁 6시에 약속이 있어 시내로 나갔다가 8시경 집으로 걸어오는데 도로가 텅비었다. 대로를 홀로 걷는다. 오는 길에 보니 예루살렘에서 텔아비브로 가는 큰 길도 막아 버렸다.

이 텅빈 거리에 몇몇 젊은이들은 자전거를 타고 쏜살같이 다닌다. 하늘에는 반달이 높이 떴다. 한 가족이 달맞이 하러 공원에 나왔다. 우리 동네 안으로 들어오니 어린 아이들이 큰 길에서 뛰논다. 마치 나의 어린시절 시골의 추석과 설날 같은 풍경이다. 아이들의 동심 속에 달밤의 우정이 쌓일 것 같다.

평소 우리 집이 길가에 있어 늦은 밤에도 자동차 엔진 소음으로 잠을 깨었다. 오늘 밤은 “고요한 밤”이다. 유대인들에게는 “거룩한 밤”이기도 하다. 이스라엘인 절반 이상이 금식하는 날이라고 한다. 온 나라가 하루 동안 평소 하던 일을 중단한다. ‘안식’이란 하던 일을 ‘중단, 중지’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나님이 그 창조하시며 만드시던 모든 일을 마치시고 이 날에 안식하셨음이더라”(창 2:3)에서 하나님의 ‘안식’은 ‘쉼’이 아니라 ‘중단’이었다(요 5:17). 나도 덕분에 하던 일을 중단하는 습관을 가지게 된다. 모처럼 깊은 중단 속으로 들어간다. 나의 쉼도 깊어진다. 온 나라가 하루 평소 하던 일을 법으로 중단시키니, 사람들의 마음도 한결 차분해지는 것을 느낀다.
2017.09.29 예루살렘에서 輕舟 김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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