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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우 교수 칼럼·설교

    게제르에서: 실재가 된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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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Date 24-08-30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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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제르에서: 실재가 된 이름
    게제르1.jpg


         텔 게제르(Tell Gezer)는 우리말 성경에서 ‘게셀’이라고 한다(수 10:33 등). 게제르는 나의 웨스터민스터 신학교 스승이었던 브루스 왈키 교수님께서 옛적에 고고학 발굴에 참여 하였던 곳이었다. 그래서 게제르는 언젠가 꼭 와보고 싶은 곳이었다. 오랫동안 나의 머리 속에 기호로만 있었던 게제르에 오늘에야 왔다. 게제르라는 이름이 비로소 나에게 실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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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텔 게제르는 멀리서 보니 너무나 평범한 언덕이다. 막상 언덕 위에 오르니 역시 게제르이다. 게제르는 옛적 이집트의 왕 바로가 솔로몬에게 딸을 시집 보낼 때 지참금으로 솔로몬에게 선물로 준 성이다(왕상 9:16). 당시의 바로는 열방의 그 어떤 나라에게도 딸을 시집보내지 않았다. 오직 솔로몬에게만 공주를 시집 보낸 것을 보면 당시 이스라엘의 국력이 어떠했는지 짐작할만 하다. 영국의 고고학자인 키친(K. Kitchen)은 이 바로의 이름이 시아문이라고 한다(Siamun, 주전 986–967년 재위). 그렇지만, 솔로몬 사후에 나라가 남북으로 나누어지자 마자 시아문의 후계자인 시삭이 유다 원정에 나서면서 르호보암에게서 게제르를 빼앗아 갔다(대하 12:4 참조). 솔로몬이 얼마나 잘 지은 성이었던가! 잘 짓게 하고 빼앗아 가는 것이 열국의 현실이다. 나라는 섬처럼 홀로 있지 않다. 국론이 나누어지고 분쟁이 생기면 이웃 나라들이 우습게 보고 바로 빼앗아 가는 것이 역사적 현실이다. 선린(善隣)은 힘이 있을 때 있다.
        텔 게제르의 언덕에 오르니 언덕 아래서 본 평범한 성이 아니다. 온 사면이 한 눈에 들어온다. 게제르는 원래 ‘자르다, 나누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겔 41:12 참조. 현대 히브리어에서는 ‘당근’을 뜻한다). 게제르는 온 사방을 나누는 성이다. 게제르의 서쪽으로는 멀리 아스글론, 아스돗, 욥바와 텔아비브가 보인다. 해안 길(Via Maris)을 따라 움직이는 모든 상인들과 군인들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동쪽으로는 유다 산지가 보인다. 게제르에서 동쪽의 벳호론 길을 따라 산지로 올라가면 예루살렘 근처로 가서, 바로 여리고를 통하여 요르단으로 가는 무역로가 나온다. 왜 이집트의 바로가 솔로몬 시대까지 게제르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 그래서 철기 문화를 가진 블레셋도, 전략의 천재인 다윗조차도 게제르를 차지할 수는 없었다(삼하 5:25). 

    게제르3_6.jpg


      현재 텔 게제르의 터는 너무나 넓고 한적하다. 이렇게 깊은 역사를 가진 성이 야생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게제르에는 옛 가나안의 신전터가 있다. 솔로몬은 바로에게 선물로 받은 이 성을 예루살렘을 방어하는 중요한 병거성으로 만들었다(왕상 9:15-16). 성 안에는 마치 므깃도처럼 깊은 우물이 있다. 게제르의 왕은 수로를 통하여 이곳 우물물을 온 성에 공급하였다. 한 곳에 갔더니 거대한 자연석 기둥들 다섯 개가 우뚝 서 있다. 옛날 게제르의 왕이 주위에 있는 10개의 도시 국가들과 언약을 체결하고 돌 기둥을 세웠다고 한다. 게제르 왕의 정치력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다른 무엇보다도 게제르에는 주전 10세기 유다의 달력인 ‘게제르 월력’이 있다. 필체는 서기관의 것이 아니고 농민의 것처럼 약간 조잡하다. 그렇지만 고대 이스라엘의 1년 농사의 싸이클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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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행   두 달은 추수한다      (9, 10월)
    2행   두 달은 씨를 심고 뿌린다   (11, 12월)
    3행   두 달은 늦은 씨를 뿌린다   (1, 2월)
    4행   한 달은 아마를 자른다      (3월)
    5행   한 달은 보리를 거둔다      (4월)
    6행   한 달은 추수하고 저장한다   (5월)
    7행   두 달은 가지치기를 한다   (6, 7월)
    8행   한달은 여름 과일(을 딴다)   (8월)


       모조품으로 만들어진 게제르 달력을 보고 있는데 유대인 두 명이 가까이 온다. 내가 주전 10세기 히브리어를 읽어준다. 현대의 히브리인이 한국인인 나에게 감동한다. 


    2017.10.6 장막절 주간 중에, 예루살렘에서 輕舟 김정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