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게디에서 다윗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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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Date 24-08-30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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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게디에서 다윗 묵상
이른 아침에 예루살렘을 떠날 때에는 제법 선선했다. 엔게디에서 차 문을 여니 후끈하다. 아 이곳이 사막 지역이구나. 오늘 하루를 견딜 수 있을까? 엔게디 국립 공원에서 다윗의 와디(Wadi David)를 따라 산 위쪽으로 올라간다. 조그만 산양(ibex)이 물 호스가 터진 곳에서 나오는 물을 마시고 있다. 그렇지 이곳이 바로 ‘게디’(산양)의 샘(엔)이지. 엔게디 주위는 햇살로 온통 붉게 타버린 바위들로 가득한데 계곡에는 맑은 물이 넘쳐 흐른다. 첫 폭포를 지나 둘째 폭포에서 시간을 보내며 다윗을 묵상한다.



엔게디는 다윗의 12번째 피난처였다. 처음에는 라마 나욧으로 도망쳤다(삼상 19:18). 다시 에셀 바위 곁에 숨어 있다가 요나단을 통하여 사울의 살해 의지를 확인하였다(삼상 20:19). 세 번째로 피한 곳은 놉 땅(삼상 21:1), 네 번째는 블레셋의 가드 왕 아기스(21:10), 다섯 번째는 아둘람 굴(22:1), 여섯 번째는 모압 땅 미스베(22:3), 일곱 번째가 아마도 마사다(22:4), 여덟번 째는 헤렛 수풀(22:5), 아홉번째는 그일라(23:1, 3), 열번째는 십 광야(23:14), 열한 번째는 마온 황무지(23:25), 그리고 열두 번째가 바로 엔게디 요새이다(23:29, 24:1-22). 다윗은 엔게디에서 비교적 오랫 동안 지냈다. 이때 사울은 삼천 명의 군사를 이끌고 엔게디 광야까지 찾아와 다윗을 죽이려고 하였다. 그러다가 다윗이 숨어 있는 한 동굴에서 잠간 쉴 때, 다윗이 그를 죽이지 않고 옷 자락만 벤 것에 대하여 감동하고 기브아로 돌아간 이야기의 무대가 바로 엔게디이다(삼상 24장).
엔게디에서 다윗은 모처럼 쉼의 시간을 갖는다. 비로소 뒤를 돌아본다. 그 동안 숨가빴다. 인생은 너무나 벅찼다. 지속적인 절망적 상황으로 절벽 앞에 섰을 때가 많았다. 이제 엔게디 계곡 속으로 들어와 물에 발을 담그고 인생을 돌아본다. 젊은 시절 한참 잘나갈 때 사울의 궁궐은 겉으로는 화려했지만, 속은 참 삭막했다. 궁궐 안은 경쟁이 치열했다. 요나단의 우정이 늘 활력소가 되었지만 다른 신하들의 눈살은 곱지 않았다. 어느 날에는 장인-왕께서 시퍼런 창날을 겨누고 던졌다. 피난처로 찾아간 블레셋 가드에서는 미친 놈 흉내를 하여 겨우 목숨을 건졌다. 부모님은 겨우 모압 땅에 피난을 시켰다. 한 때 살려준 그일라 사람들은 그를 배신하였다. 이 광야 저 광야로 도피하다가 드디어 엔게디로 왔다. 엔게디는 거대한 캐년이다. 이곳에는 동굴도 많아 사울이 그를 쉽게 찾을 수도 없을 것 같다. 이곳에는 두 개의 큰 계곡에 시냇물이 사시사철 쉴새 없이 흐른다(모두 4개). 계곡의 시냇물을 따라 온갖 풀들과 식물들이 자란다. 태양이 작열하여 바위들을 가루로 만들어도, 계곡에는 물이 넘쳐 온갖 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란다. 식물들이 풍성하여 그늘이 많고 바람도 좋아 시원하다. 온갖 짐승들과 새들이 깃들어 있다. 희귀한 짐승들도 가끔 만난다. 원시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곳이다. 다윗은 이 계곡을 자주 거닐었다. 때론 폭포 아래로 들어가 온 몸을 담구 었다. 너무나 시원하다. 갑자기 너털웃음이 터진다. 웃으면 인생의 가치가 상대화 된다. 온 세상에 머리 하나 둘 곳이 없지만, 비로소 다리를 쭉 뻗는다. 갑자기 찬양이 절로 나온다. 이 거대한 광야에 생명샘이 흐르고 있으니 이곳에선 주 하나님 지으신 세계를 찬양하지 않을 수 없다. 갑자기 원망과 복수심이 사라진다. 사울에게 복수를 하지 않고 살려줄 수 있었던 것은 다윗의 깊은 상처들이 아물고 주님과 친밀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선지자 사무엘이 죽자 다윗은 이 정든 곳을 떠나지 않을 수 없었다. 다윗은 이스라엘 최남단의 바란 광야로 피난한다(삼상 25:1). 이렇게 아름답고 쉼과 은혜가 있었던 곳을 떠나야만 했을 때 다윗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다시 묵상을 이어가 본다.
20170908 엔게디에서 輕舟 김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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