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백화점을 좋아하게 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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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Date 24-08-30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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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백화점을 좋아하게 된 까닭
나는 평생 백화점을 좋아하지 않았다. 아내가 백화점에 갈 때 내가 꼭 함께 가야한다면, 아내는 쇼핑을 하고 나는 한쪽 구석에서 책을 읽었다. 그런데 내가 이젠 주말마다 아내에게 백화점을 가자고 한다. 집안 살림에 필요한 물건을 사기 위함 만은 아니다. 갑자기 가고 싶어졌다.
나는 지난 8월 7일부터 히브리대학교의 울판 과정에 등록하여 주 5일 동안 매일 5시간씩 현대히브리어를 배우고 있다. 처음에는 현대히브리어를 거져 먹을 것처럼 쉽게 생각하였는데 말이 귀에 들리지 않고 입에 붙지 않아서 고생을 하고 있다. 매주 한 번 큰 시험을 치는데, 첫 시험 때에 선생님이 “오늘 미브한(mibhan)이 있다”고 해서 내가 “미브한이 무엇인가요?”라고 물었더니 학생들이 다 웃었다. 수업 시간마다 말이 잘 되지 않아 절망과 희망 사이를 왔다 갔다 하고 있다. 주말마다 시험을 치는데 나는 늘 답안지를 거의 마지막에 제출한다. 우리 반에서 내 뒤에 있는 학생은 서너 명이다. 지독한 한 주를 보내고 나면 어딘가로 가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일어난다. 그래서 동쪽 끝 우리 집에서 서쪽 끝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백화점으로 가게 되었다. 백화점에 갔더니 온갖 종류의 최신 물건들과 온갖 부류의 사람들이 북적인다. 너무 좋았다. 지난 주에는 돌아오는 버스를 찾지 못하여 고생을 많이 했다. 그래도 그것조차 좋았다. 시간이 도무지 아깝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왔는데도 흥분이 되어 잠이 잘 오지 않았다. 내 아내가 “사람은 오래 살고 볼일이다”고 말한다. 비로소 백화점을 찾는 사람들을 이해하게 된다.
20170823 예루살렘에서 輕舟 김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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