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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속의 명설교

    [목회엿보기 8] - 목회자인가? 경영자인가? / 이재순

    페이지 정보

    성경본문: | 설교자:

    본문

    목회 엿보기


    드라마 \허준\을 보며

    \목회자인가?

    경영자인가?\



    이재순(김인중 목사 사모)




    나는 요즘 TV 드라마 \허준\을 보며 은혜를 받는다. 새해 초부터 \우리는 목회자인가? 경영자인가?\라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던 터라 드라마가 가슴에 더욱 와 닿았다. 그 내용이 모두 역사적 사실은 아니고 허구가 섞인 것이겠지만 작가가 그리는 허준이라는 인물의 삶이 감동으로 다가왔다. 몇 년 전 소설 \동의보감\을 너무 재미있게 보았고 작가 이은성의 치열한 작가 정신에 이미 매료되기도 했다. 허준의 환자를 사랑하는 그 순수한 열정, 대가를 바라지 않고 의술을 베푸는 그 인간애, 훌륭한 의사가 되려고 하는 엄청난 노력과 정열, 방대한 책과 약초들과의 씨름, 환자가 있는 곳에는 어디든지 가려는 사명감, 스승과 제자 사이의 사랑과 의리…. 이 모든 것이 나를 각성시키는 메시지로 다가왔다.

    목회자가 된다는 큰 아들에게 \너도 저런 심정으로 목회를 해야 한다\고 하면 아들은 \텔레비전 보면서까지 훈계하세요? 그냥 재미로 보세요.\하면서 옆자리로 옮겨 앉는다.

    며칠 전 한 성도에게서 전화가 왔다. \우리 교회가 건축 중에 빚을 너무 많이 졌는데 교역자가 연대보증을 서든지, 작정한 헌금을 하든지 하라고 하니 어쩌면 좋겠느냐?\며 물어 왔다.

    그 성도는 \이미 낸 헌금도 빚까지 지면서 힘들게 했고 부흥회, 집회 시간에 강사가 직접 한 명, 한 명을 지목하여 헌금을 작정하게 하고 발표하는 바람에 분에 넘치는 헌금을 약속하기는 했다. 우리 가정은 아무 걱정이 없는데 교회 생활 때문에 너무 힘들다\ 고 하소연을 했다.

    그 목회자는 \환자와 교인은 짜기만 하면 나온다\는 속설을 사실로 믿어서일까? 교회를 위해서 교인이 있는가? 교인을 위해 교회와 목회자가 있는가? 우리 교회도 20년 간 4번의 건축을 했다. 교회 2번, 학교와 현재 교회가 함께 쓰고 있는 학교 강당 겸 체육관까지 포함해서 2번. 계속되는 부흥 속에 성도들의 헌신이 참으로 눈물겨웠다. 부흥회를 열고 흥분한 상태에서 헌금을 작정케 한 적은 한 번도 없지만 그래도 그 성장하는 분위기 속에서 분에 넘치는 헌금을 작정해 놓고 힘들어 했던 분들을 생각하니 이 모든 교회의 영광은 순전히 그 분들의 몫이라는 생각이 든다.

    \삯군되지 말라\는 주님의 말씀을 잊고 연말이면 사례금 몇 % 올리려나 관심을 두었던 것이 새삼 부끄러웠다.

    동산고에 아들을 보낸 부목사 사모가 전에 목회하던 교회에서는 자기 집 아이들이 담임 목사님 자녀보다 공부도 잘하고 교회에서도 칭찬을 받아서 담임목사님이 은근히 불편해 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것은 웃을 일이 아니다. 부목사가 인도하는 저녁 예배에 교인들이 늘고 교인들의 칭찬이 시작되면 그는 반드시 교회를 떠나게 된다는 어떤 교회의 이야기도 들었다. 못하면 야단맞고 또 너무 잘하면 시기를 받으니 어쩌란 말인가? 대학에서도 선생보다 잘난 제자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또 양성 못하는 현실이 아닌가?

    허준의 스승은 그 제자의 홀로서기를 위해 스스로 틀린 처방을 내리고 제자를 스승보다 더 나은 평판을 받는 의원으로 내세우고 자기 몸을 의술발전의 도구로 내주고 있지 않은가?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부러워만 할 것인가?

    우리교회는 예배당이 협소해서 몇 년 전부터 세 곳에서 나누어 예배를 드렸다. 일부 교인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과감하게 주일 낮 예배 설교를 부목사들과 돌아가면서 하기 시작했다. 담임목사의 설교를 중계하는 영상예배는 처음부터 고려하지 않았다. \본인이 32살의 젊은 나이에 개척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우리 부목사들은 그 때의 자기보다 나이나 실력으로 봐도 부족할 것이 없는 사람들\이라면서 부목사가 설교하도록 했다.

    담임목사의 열성팬인 100여 명의 성도들이 주일마다 남편 설교를 좇아 다니며 설교를 듣는 일 이외에는 별 문제 없이 교회는 잘 부흥해 왔다. 지금은 시화지역의 예배당에 400여 가정이 독립해서 우리교회 부교역자를 담임목사로 모시고 성장해 가고 있다. 이 일은 평소 담임목사인 남편의 영향력을 조금씩 줄여간 결정 때문인 듯 해서 참으로 감사하다.

    너무 많은 일을 부교역자에게 위임하는 듯 해서 불안한 마음에 잔소리 몇 마디 하면 오히려 남편은 더 많은 위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15년 후의 동산교회를 생각하면 더욱 본인의 영향력을 줄이고 본인을 의지하고 기대하는 교인들의 마음의 의존도를 줄여가야 한다는 생각이 분명하다.

    그러나 \나보다 남을 낫게 여기라\는 예수님의 말씀이 목회현장에서 실천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부교역자들과 그 사모들을 세워주고 칭찬하기가 얼마나 의지의 노력이 필요한 일인지 나는 날마다 실감한다.

    우리의 싸움을 혈과 육에 관한 것이 아니라고 했으니 목회자끼리 경쟁할 것이 아니라 그 경쟁하는 힘으로 상처받고 찾아오는 영혼에 집중적인 관심을 주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환자의 병을 진단하고 그 처방을 위해 밤잠을 설치며 의서를 보고 약초를 캐는 허준의 모습에서 나의 게으름을 본다. 남편의 폭력과 바람, 이혼, 자녀들의 가출, 오랜 병, 약물 중독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어려움 때문에 상담을 요청해 오는 성도들을 위해 나는 몇 권의 책을 뒤적이며 노력했던가? 몇 년 몇 달을 고민하다가 찾아온 이들의 고민을 몇 분, 몇 시간만에 해결해 주려고 나는 얼마나 성급했으며 더 견디기 힘든 짐을 올려 놓지 않았던가?

    \가르친다고 바다 건너 해외도 잘 다니면서 정작 우리는 도랑물도 안 건넌다.\는 어떤 분의 말씀이 떠 오른다.

    설교와 강의를 많이 다니시는 존경할 만한 교수가 외국에서 돌아와 처음 설교요청을 받았을 때는 강사료를 받는 것이 송구해서 겨우 마지 못해 받았는데 지금은 \오늘은 얼마 줄까\하면서 기대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자책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가나안 농군학교의 고(故) 김용기 장로님이 당신들은 \목사\가 아니고 \먹사\라고 야단치신 적이 있다. 뷔페 집 마다 넘치는 집사님, 장로님, 목사님들! 관광지마다 넘쳐나는 교회버스들…. 왜 그렇게 각 교회학교마다, 각 기관마다, 찬양대 마다, 뭉쳐서 \친목\을 도모하려고 하는지…. 친목하고 힘내어서 교회 밖의 영혼에 관심을 기울이면 좋으련만 \우리 교인끼리 여기가 좋사오니\로 끝나니, 이것이 문제이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의 대리자로서 교회된 나와 우리 교회는 오늘도 \허준\에게서 감동만 받는 자가 아니라 세상을 향해 또 하나의 감동의 드라마를 써야 하지 않을까? 나를 부르신 그 부르심에 후회가 없으시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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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순 / 안산동산교회 김인중 목사 사모


    위 글은 성서 사랑방 2000년 봄호에 실렸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