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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회 엿보기 9] - 친구가 있어서 행복한 목회자 / 이재순

    페이지 정보

    성경본문: | 설교자:

    본문

    목회 엿보기


    친구가 있어서 행복한 목회자



    이재순(김인중 목사 사모)




    목회자 부부에게 좋은 친구들이 있다는 것은 목회의 절반의 성공을 보장하는 큰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목회가 취미요, 취미가 목회라는 남편도 남다른 즐거움을 누리는 것이 몇 가지 있다. 아침에 산에 가는 것, 주말에 기도원 가는 것, 그리고 월요일에 친구들 만나는 것이다

    남편은 금요일 밤에는 아무리 피곤해도 기도원으로 올라간다. 밤12시가 넘어도 꼭 간다

    그것이 즐거움이 아니면 어찌 그러랴! 기도원 원장님이 팔순이 넘은 노인이 아니었으면 나는 벌써 질투심으로 눈이 멀었을 것이다. 전화도, 교인도, 마누라도 없는 조용한 그 곳을 즐긴다. 목사님이 주말에 기도원 가셨으니 교인들 보기에도 좋고, 본인은 한적한 곳에서 휴식을 즐기며 설교 준비해서 좋고, 나와 우리 아이들은 자유롭게 해방되어 신나고 그야말로 일석삼조다. 요즘은 기도원 원장님이 편찮으셔서 밥을 그곳에 온 목회자들끼리 해 먹는데도 그렇게 좋단다. 기도원 밥이 맛있다고 하면서 내 음식 솜씨와 비교만 안 하면 더 좋겠지만, 기도원 와서 밥 해달라는 부탁 안 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족하다.

    한 유명한 소설가가 부인에게 가장 미안한 것은 자기가 집에서 글을 쓰는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글 쓰는 동안에는 온 식구가 긴장하며 조용히 해야하고 아이들이 마루에서 뛰는 것조차 말리느라고 아내가 고생했다는 것이다. 글 쓰는 본인이 서재에 있다는 것 자체가 공포였다는 것을 뒤늦게 안 것이다. 그러고 보면 난 얼마나 행복한 사모인가!!

    남편이 기도원 가는 것과는 또 다른 즐거움을 누리는 것이 월요일의 친구 모임이다. 주일 낮 4번의 설교, 당회, 저녁 예배 인도까지... 초죽음이 된 다음 날에도 새벽기도 끝나기가 무섭게 서울로 간다. 집에서 좀 쉬었으면 해도 그 친구들을 만나는 것이 더 좋단다. 신학교를 같이 다닌 친구들이니 서로 알 것은 다 아는 사이다. 성경 읽고 시험보고, 설교 연습하며 \그게 설교냐\고 싸우면서 든 정이다. 일 주일 간에 생긴 교회 문제를 상담하고, 힘들게 하는 교인들 욕하고, 라면 먹고, 목욕하며, 목사다운 품위를 지키지 않아도 되는 그런 만남에 왜 매력이 없겠는가!

    목사는 모든 만남에서 들어주고 지시하고 결정해야 한다. 좋은 음식을 차려 놓고 초대해도 설교에 은혜를 끼쳐야 하는 부담 때문에 즐겁지가 않다. 아내라고 편안한가! 집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나 혼자 당할 수 만은 없지 않은가? 남편은 집에 들어오기도 겁난다. 이렇게 일주일을 살다가 맞는 \월요모임\은 남편의 마음에 생명수 같은 시원함을 주는 것이다. 철이 없었을 때는 월요일에도 집에 있지 않는 남편이 이해되지 않아서 실족할 뻔했다. 나는 \ \믿음은 영원을 보장하지만 노후는 아내가 보장한다\는 말을 듣지도 못했어요? 젊어서 나를 이렇게 외롭게 만들면 당신 늙어서 국물도 없어요\하며 핀잔을 주기도 했다. 요즈음 너무 바빠서 단골 결석생이 되었지만 그래도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그곳에 가려고 애를 쓴다.

    나는 그분들이 이렇게 만나는 한에는 목회의 규모와 상관없이 목회자로서 실족치 않으리라고 확신한다. 미국으로 이민 목회를 하러갔다 오신 한 분은 \월요모임 생각나서 제일 죽겠더라\며 지금은 아예 주일 밤에 전북에서 올라오는 열심을 보인다. 자기 교회에서는 검은 양복에 올백머리를 하며 위엄을 부리는 분이 그 날은 청바지 차림이다. \당신 교회 갔다가 당신 형님이 온 줄 알았다\며 놀려대도 즐겁기만 하다. 남편은 우리가 은퇴하면 그 친구들과 같이 모여 살자고 한다. 나는 \내 친구들과 같이 살아야지 왜 당신친구들과 살아요\ 하며 응수한다. 친구가 있어서 남편은 행복한 목회자다.


    나에게도 아주 특별한 만남이 있다. 목사 사모라고 하는 독특한 삶의 자리에서 건강함을 유지하도록 도움을 주는 소중한 친구들이 있다. 거기에는 사모가 된 이후 나를 있는 그대로의 나로 노출하며 만남 자체를 즐기게 하는 편안함이 있다.

    사모로서 나는 하다 못해 친정 부모 형제에게조차 남편 흉이나 교회에 대한 불평을 말 못한다. 그들도 신자가 아닌가? 설교 말씀 듣는 데 방해가 될까봐서다. 어쩌다 부부 싸움을 할 때도 나는 집을 지키고 상냥하게 전화를 받는다.

    남편이 보따리 싸 가지고 기도원으로 갈망정 나는 친정에 전화해서 하소연 한 번 해보지 못했다. 하물며 교인들에게랴! 사모가 아니었으면 한곳에서 20년을 살았는데 이렇게 속내를 말할 수 있는 친구하나 없겠나? 쓸쓸한 마음도 있지만 역시 교인들과 친구가 되기는 쉽지 않다.

    목회자와 교인들의 관계는 매우 독특한 인간관계다. 너무 멀어서도 가까워서도 안 되는 관계다. 먼 것보다는 가까운 것이 때로는 더 상처가 된다.

    어떤 사모가 집사님들이 자기 집의 김장도 해주고 커텐도 빨아줬다고 자랑삼아 이야기를 하면 나는 부러운 것이 아니라 걱정이 된다. 나는 교인은 교회 일을 봉사하는 것이지 목사 가정의 일까지 하는 것은 아니라는 철저한 원칙을 고수한다. 교회 직원에게도 가능한 한 이 원칙을 지킨다. 일해주고 생색내는 마음은 아무리 헌신적인 신자에게도 있기에 어쩔 수 없다. 목회를 하면서 가장 어려운 일들 중 하나는 그만하면 목회자의 마음을 알만한 분이 섭섭하다고 뒤에서 딴 소리할 때이다. 아무리 가깝게 지내며 친절하게 해도, 아니 학교의 동기 동창이라도 교인을 친구로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내 소신이다. 교회에서 만난 이상 그들이 이미 나를 사모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어디 그 뿐이랴! 중, 고등학교 시절 6년을 같이 다녔던 그 죽마고우들, 대학교의 동창들, 아무리 친했었어도 만나면 나를 목사 사모로 보지 그냥 \이 재순\으로 대하지 않는 듯해서 마냥 농담이 나오질 않는다. 실컷 떠들고 나서 \너 목사 부인 맞아?\라고 말하니 어쩌란 말인가? 거기서 제일 불편해 하는 것은 불신 친구들이 아니라 오히려 집사, 권사 된 교인들인 듯하다. \전도나 하지…\ 거룩한 소리만 하길 바라서다. 이런 친구 모임은 나는 점점 더 가기가 싫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모임은 \잔디순\ 이다. CCC에서 만나서 EXPLO `74를 함께 치루며 예수 한국을 꿈꾸던 믿음의 친구들이다. \주 예수 밖에는 귀한 것은 없네\, \저 멀리 뵈는 나의 시온성\, \주님 뜻대로 살기로 했네, 뒤돌아 서지 않겠네\를 밤새껏 부르며 우정을 키웠던 동지들이다. 지금은 목사로 선교사로 교사로 의사로 주님의 일에 충성하고 있는 귀한 청지기들이다. 그 곳에서 몇 쌍이 서로 결혼하기도 했는데 나도 그 중의 한 명이다. 서로 짝이 바뀔 번도 했다하며 남편은 지금도 누구누구가 자기를 좋아했다고 농을 친다.…그런 착각은 정신건강에 좋을 듯해서 나는 기쁘게 받아준다 … 30대에는 선교지로, 해외 유학으로 바빠서 못 만나다가 40대부터 모임을 회복했는데 주로 여자 친구들끼리다. 무슨 옷을 입을까? 무슨 말을 할까? 그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어디를 갈까? 무엇을 먹을까? 전혀 생각 없이 만나러 간다. 내가 목사 부인인 것을 잊어버리는 유일한 곳이다. \나를\ 잊고 떠들어도 그들도 전혀 불편해 하지 않는다. 이곳에서 잃었던 유머감각이 살아나고 삶의 여유로움이 회복된다. 집사인 한 친구는 사모님들이 만나서 거룩치 못하게 잡담만 하는 것 같아서 시간이 아깝다고 안 나온다. 나는 하루가 짧고 집에 가기가 싫어서 시간이 아까운데.... 남편은 남자들은 고생하는데 여자들끼리만 즐기기냐고 질투 겸 부러움 겸 \한 번 안산으로 모이지,\ 하며 그리워한다.

    여름과 겨울로 산행도 하고 하루 밤 자면서 밤새 이야기를 해도 끝이 없다. 사춘기 이후에 아무에게도 말못했던 그 고민들(?)을 이야기하며 \임금님은 귀는 당나귀!\ 하던 그 이발사의 마음을 느끼며 문제를 해결 받기도 한다.

    \친구관계는 오솔길 같아서 자주 다니지 않으면 잡초가 난다\ 말이 실감이 난다. 오랜만에 만났을 때는 서먹함이 있더니 볼수록 보고싶고 소중하다. 나이 먹으면 남편보다 친구가 좋다더니 나도 남편도 친구 따라 강남가게 생겼다. 친구들은 나의 낙후된(?) 문화 생활을 위해서 연극, 영화, 오페라 등을 보도록 배려해 준다. 좋은 책 소개, 이슈가 되는 전시회가 있으면 소개도 하여 나의 영적인 쪽에만 편향된 삶에 조화를 이루도록 이끌어 준다.

    오늘 아침에도 \우정은 전자우편을 타고\ 라는 제목으로 \헨리 나우헨은 우정은 성령의 교제라고 했다\며 이 메일을 보낸 친구가 있어서 나는 행복하다. 같이 성지 순례 가자고 적금들은 지가 3년인데 언제나 가게 되려나….

    돌이켜 보면, 우리 교회가 이만큼 성장하는 데도 이러한 믿음의 친구들의 모임이 많은데도 큰 요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곳에서 예수 믿고 서로 기도하며 사귄 믿음의 동지들의 그룹들이 교회에서 살아서 움직인다. 누가 실족하여 교회에 안나오면 자기들끼리 모여 상담하고 해결한다. 누구 남편이 바람을 피운다고 고민하면 또 모여서 위로하며 위기를 넘긴다. 누가 아이를 못 나으면 극성스럽게 아침마다 모여 기도를 한다. 남편이 알콜 중독인 집에서도, 아이가 아픈 가정에서도 서로 중보기도를 한다. 목사는 아주 급할 때만 부른다. 어떤 때 자기들끼리만 제주도에 갔다는 소리를 들을 때도 목사 없이도 되는 모임이 많은 교회가 성숙한 교회라고 여기며 흐뭇해한다. 그들만의 즐거움에 목사는 껴서는 안 된다. 우리만의 즐거움을 우리가 누리듯이….


    내 인생의 최대의 행운은 CCC를 통해 예수님을 믿은 것과 그곳에서 평생의 동지들을 만난 것이다. 우리 교인들도 \동산교회를 만난 것이 내 인생 최대의 축복이었다\라고 고백한다면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우리 부부와 그 친구들을 오늘에 있게 하신 김준곤 목사님께 이 5월 스승의 날에 가장 큰 감사를 올려드린다.


    이재순 / 안산동산교회 김인중 목사 사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