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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회 엿보기 2] - 하나님의 \통장\ 비우기 / 이재순

    페이지 정보

    성경본문: | 설교자:

    본문

    목회 엿보기 2


    하나님의 \통장\ 비우기



    이재순(김인중 목사 사모)




    지난 연말에 남편이 갑자기 \우리도 저금을 좀 해야겠어\ 하고 말했다. 평소에 돈에 대해 염려하면, 하나님께서 다 책임져 주시는데 뭘 걱정하냐?고 핀잔을 주던 남편과는 약간 달랐다.

    나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그 이유를 물었다.

    \응! 며칠 전 친구 목사를 만났는데, 친구들 집마다 돈이 없어서 고생이 너무 심하더라고…\

    이 말을 들은 나는 내심 기뻤다. \이제야 철이 드시는구나!\

    나는 교회에서 사례금을 몇 천 원 단위까지 따져서 주기 시작할 때 \아! 이것이 아니구나\하고 정신이 번쩍 들었었다.

    \우리도 나이 먹어 쉰 줄에 들어서고 아들 딸 삼남매 장성해 가는데, 원하는 만큼 공부도 시켜야 하고, 시집, 장가도 보내야 하는데.... 이렇게 준비 해놓지 않다가 그 때 가서 팔아서 쓸 집이 있나, 살림 내 줄 전세 집이 있기를 하나, 사택에서 사는 우리로서는 속수무책일 뿐이지.

    그 상황에서 누가 우리 부부 청빈하고 믿음 좋다고 칭찬하겠는가? 앞 일에 대한 대책도, 준비도 없는 사모라고 혀를 차겠지..... 빈손으로 교인들 눈치보며, 축의금만 쳐다 볼 신세를 못 면하겠지?\ 머리 속으로 스쳐 지나간 생각이었다.

    늦게 철이 난 것인지, 이 세상을 본 받아 변질된 것인지 모르지만, 몇 년 전부터 형편껏 적금을 들고, 어려운 교인 도와주는 명분으로 보험도 계약하였다. 남편이 통장에 돈 있는 줄 알면, 또 돈을 쓸 곳을 댈지 몰랐다. 그래서 나는 본의 아니게 마음 굳게 먹고 남편 모르는 곳에 통장을 숨겨 놓고 있었다.

    \부부의 애경(愛經)이 분리되서는 안 된다\는 남편의 말에 공감을 가지고 있던 나는 그 알량한 딴 주머니가 내내 걸리던 참이었다. 하필이면 그런 때에 남편이 먼저 저축 이야기를 꺼낸 것이었다. 나는 한 푼도 없는 척 할 수가 없었다. 쉰이 되어도 변하지 않는 나의 착한 마음 때문에 나는 남편에게 사실을 털어놓았다. 그 순간 나는 \하나님은 통장에 돈 있는 꼴을 못 보시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실은 하나님보다 남편이나 내가 더 통장에 돈 있는 꼴을 못 본다. 남편도 나도 잔액이 \0\가 되어야 마음이 편하니 어쩌랴.

    그래서 일찌기 우리 부부는 부자되기를 포기했다.

    나는 사실을 알려주기에 앞서 몇 번이고 남편의 다짐을 받아 내었다.

    \내가 이실직고하면, 또 돈을 다른 곳에 쓰라고 안하실거죠?\

    \절대로 안 해.\

    나는 남편의 그 다짐을 믿고 사실을 털어놓았다.

    \아이들 이름으로 든 통장이 있구요,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돈이 약간 있어요.\

    그래도 안심이 안된 나는 덧붙여 말했다.

    \요즘같은 불경기에는 저축하는 사람이 바로 애국하는 사람이예요. 저도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일조하고 있다구요.\

    \당신이 수고 많이 했어. 잘했구먼.\

    그래도 못미더운 나는 마지막 다짐을 받았다.

    \이 돈, 절대로 다른 데 쓰라고 하면 안돼요. 알았죠? 마음 크게 먹으셔야 해요?\

    \당신! 요새 좀 타락했어.\ 남편의 반응이었다.

    \타락이나 마나 이 돈은 절대 안돼요!\ 나는 마지막 쐐기를 박았다.

    그러나 나의 계획은 며칠 후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우리 통장에 돈이 있는 것을 아신 하나님께서 며칠 후 편지 한 통을 우리 집으로 보내셨다.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대학 4년의 여학생이 편지를 보낸 것이다.

    \저의 영적인 아버지인 김인중 목사님께…… 저에게 400만원을 일 년 동안만 빌려주시면 제가 졸업한 후에 그 돈을 갚아 드리겠습니다……\

    나는 그 편지를 보는 순간 많은 갈등에 시달렸다.

    \하필이면 이 편지를 내가 뜯어 보다니. 내가 개봉하지 않았어야 하는데…… 어떻게 하지? 이 돈을 교회에서 지불하도록 요청해볼까?\

    돈 없이 공부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너무도 뼈저리게 잘 아는 나와 남편은 고민에 빠졌다.

    이 일을 교회에 책임 지우고 싶은 나와는 반대로 남편은 이것은 교회가 공적으로 처리할 일이 아니라 우리 부부가 처리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 순간 또 나는 복잡한 생각 속에 빠졌다.

    \내가 이실직고 안 했어도 남편이 이런 말을 했을까? 아이고 누구 탓을 해. 마음 모질지 못한 내 탓이지 누구를 탓해?\

    나는 하나님께 백기를 들고 말았다.

    통장에 돈 있는 꼴 못 보는 하나님과 남편, 그리고 나. 이렇게 삼위가 일체가 된 상황이라 통장이 온전할 리가 없었다.

    \하나님 알아서 하세요. 그래도 목회하고 19년 동안 아프거나 사고로 교회 못 간 적 없고, 설교 못한 적 없으니, 그거면 됐지 뭘 더 바래요? 그것만도 감사한 일이지요.\



    그런 일을 겪고 난 후, 나는 또 저금을 한다. 이 돈도 결국은 주님이 쓰실 것이기에 별로 염려하지 않는다. 그것이 내일이 될지 30년 후가 될지 모르지만……

    애당초 나의 것이란 이 세상에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았고, 내가 하늘나라로 돌아갈 먼 훗날 내 관 속에 놓아질 성경도 내 것이 아니질 않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슴 한 켠에 키우지 못할 미련이 남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하나님! 제가 돈 좀 만지고 살면 안되나요? 제가 돈 좀 만지고 살면 그 돈 때문에 하나님을 잊어버릴까봐 그렇게 걱정되세요? 하나님! 그렇게 자신이 없으세요?

    하나님은 제 통장에 돈 있는 꼴을 못보신다니까요.\

    나의 반항에 하나님이 웃으시며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다.

    \내가 아니라 바로 네가 문제지! 그렇지 않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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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순 / 안산동산교회 김인중 목사 사모